김현승 -고독의 끝
거기서
나는
옷을 벗는다.
모든 황혼이 다시는
나를 물들이지 않는
곳에서.
나는 끝나면서
나의 처음까지도 알게 된다.
신(神)은 무한히 넘치어
내 작은 눈에는 들일 수 없고,
나는 너무 잘아서
신(神)의 눈엔 끝내 보이지 않았다.
무덤에 잠깐 들렀다가,
내게 숨막혀
바람도 따르지 않는
곳으로 떠나면서 떠나면서,
내가 할 일은 거기서 영혼의 옷마저 벗어 버린다.
나는 너무 잘아서
신(神)의 눈엔 끝내 보이지 않았다.
내가 미약하여 신을 발견치 못했다는 말보다
끝내는 신의 눈에 발견되어지지 못했단 말이
더 슬픈 걸 보면
아니....많이 우울한 걸 보면
아직도 갈길이 멀구나...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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